
"이에 예수께서 가라사대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더라
...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운명하시다"
(눅 23:34~46)
대부분의 사람은 임종이 가까워지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가족과 이웃에게 유언을 남깁니다. 또한 자서전이나 어떤 책을 저술할 때 그 책을 통틀어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결론으로 남기지요.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십자가에서 운명하기까지 그 모든 일을 종합적으로 일곱 마디 말씀에 담아 선포하셨는데, 이를 '가상칠언(架上七言)'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의 유언과 같은 가상칠언에는 어떠한 영적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제1언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참혹한 십자가의 형벌을 당하신 근본적인 이유는 인류가 범한 죄 때문이었습니다. 아담의 범죄 이후 모든 인간은 죄의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 되었고, '죄의 삯은 사망'이라는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을 받아야 할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하나님께서 죄인 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셨고, 예수님께서는 죄 없으신 분으로서 죄인들이 받아야 할 모든 형벌과 고통을 대신 짊어지신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로마 군병과 이스라엘 백성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마치 흉악한 죄인인 것처럼 멸시하고 조롱하였습니다.
이러한 극심한 고통과 모욕 가운데서도 예수님께서는 놀라운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고 조롱하는 바로 그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저주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하나님께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 다"라고 중보기도를 올리셨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위한, 더 나아가 어둠에 거하는 모든 인류를 위한 기도였지요. 이러한 예수님의 사랑의 간구 때문에 오늘날 무수한 사람이 구원에 이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무 죄 없이 십자가에 달려 죄인들을 위해 사랑으로 기도하신 예수님께서는 주를 믿는 하나님의 자녀들도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주기도문을 통해서도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마 6:12)"라고 기도하도록 가르치셨습니다. 또한 우리가 애매히 핍박을 받을지라도 악으로 대항하거나 감정을 품지 말고 오직 선으로 대하기를 원하십니다(마 5:44~45).
이러한 사랑과 용서는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성령의 도우심을 통해 가능하게 됩니다. 우리는 날마다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주님의 마음을 닮아가야 합니다. 때로는 상처받고 배신당하는 일들이 있을지라도,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 마음을 채울 때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은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고 조롱하는 죄인들까지도 사랑하신 예수님을 본받아야 합니다. 주 안에서 형제를 사랑하는 것은 물론, 원수까지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