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서로 약속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약속을 명심하여 반드시 지키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는 상대에게 큰 피해를 주기도 하고 서로의 신뢰가 깨어지는 등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약속을 지킬 때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되지요.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하나님 앞에 마음을 작정하여 서원한 것이 있다면 자신에게 해로운 것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누군가 대통령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면 시간이 다 되어 "급한 볼일이 있으니 10분만 늦게 가겠습니다" 한다든가 아무 말도 없이 약속을 어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대통령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천지만물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약속한 것을 일방적으로 바꾸어 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요, 심히 무례한 일입니다. 그러니 하나님께로부터 신뢰나 축복을 받을 수도 없는 것이지요.
오늘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킨 입다를 통해 하나님 앞에 약속한 것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그에 따르는 축복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 입다의 서원과 전쟁에서의 승리
이스라엘 길르앗 지방의 큰 용사로서, 아버지 길르앗이 기생에게서 얻은 아들이 입다입니다. 그런데 길르앗의 아들들이 입다에게 상속권을 주지 않으려고 길르앗에서 내쫓아 버림으로 입다는 돕 땅으로 가서 추종세력을 모아 큰 세력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 당시 이스라엘 자손들은 하나님을 멀리하고 이방신 바알을 섬김으로 블레셋과 암몬 사람들에 의해 크게 학대당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심히 곤고해진 이스라엘 자손들은 하나님 앞에 나와 죄를 회개하고 이방인의 손에서 건져 주실 것을 간구했습니다(삿 10:10). 마침 암몬 자손의 공격을 받자 미스바에 모여 진을 치기는 했으나 군대를 통솔하며 앞서 싸울 장수가 없었지요.
이에 길르앗 장로들은 입다를 찾아가 자신들의 장관이 되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입다는 이스라엘로 돌아와 암몬 왕에게 사자를 보내어 화평 속에서 시비를 가리고 전쟁을 그치려 했지만 쉽게 물러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여호와의 신이 입다에게 임하였고 입다는 "주께서 과연 암몬 자손을 내 손에 붙이시면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로 드리겠나이다"라고 서원하였지요. 입다의 간절한 서원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께서는 암몬 자손과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큰 승리를 거두게 하셨습니다.
2. 딸을 번제로 드리게 된 입다
전쟁에서 크게 승리한 입다가 기쁨을 안고 집에 이르렀을 때에 그를 맨 처음 맞이한 사람은 바로 사랑스런 외동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승전이 너무나 기뻐서 소고를 잡고 춤추며 나와 영접하였던 것입니다.
이에 입다는 너무나 큰 괴로움에 옷을 찢고 슬퍼하며 "슬프다 내 딸이여 너는 나로 참담케 하는 자요 너는 나를 괴롭게 하는 자 중의 하나이로다" 탄식하였습니다(삿 11:35). 그러나 아무리 무남독녀라 해도 한번 하나님께 서원한 것을 임의로 변개할 수 없었기에 입다는 "내가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열었으니 능히 돌이키지 못하리로다" 하며 감히 하나님과의 약속을 번복하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입다의 딸 역시 사연을 알게 된 후 "아버지께서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여셨으니 아버지 입에서 낸 말씀대로 내게 행하소서 이는 여호와께서 아버지를 위하여 아버지의 대적 암몬 자손에게 원수를 갚으셨음이니이다" 고백하였습니다.
혹 어떤 분은 "하나님께서 왜 이런 끔찍한 서원을 하게 하셨을까?" 하며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결코 사람을 번제로 드리는 것을 기뻐하시는 분이 아니요, 입다에게 그런 서원을 요구하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전쟁을 앞두고 너무나 급박한 상황이었기에 성급하게 서원했던 것입니다.
입다가 처음으로 영접하는 사람을 번제로 드리겠다고 서원한 것은 "너의 토지에서 처음 익은 열매의 첫 것을 가져다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전에 드릴지니라"(출 23:19) 하신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 것은 그만큼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입다는 너무도 급하고 간절한 마음에 특별한 의미를 가진 첫 번째 맞는 사람을 번제로 드리겠다고 서원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자신의 무남독녀 외동딸일 줄이야 꿈에도 몰랐지요. 그러나 일단 하나님께 서원을 했기 때문에 입다는 그대로 이행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입다가 아직 온전하지 못한 가운데 성급한 서원을 했지만 그 중심만은 바른 것이고 하나님께서 이런 사람을 선으로 이끄신다면 온전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경에서 사람을 번제로 드리는 다른 예를 찾는다면 아브라함의 독자 이삭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드릴 때에는 하나님께서 미리 수양을 준비해 두셔서 이삭이 죽지 않도록 해 주셨는데 왜 입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으신 것일까요? 그것은 하나님께 대한 입다의 진실한 모습이 성경에 기록되어 후세 사람들에게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교훈 삼게 하시기 위한 섭리 때문입니다.
그러면 입다의 딸이 너무 억울한 것이 아닐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대해 확실한 신뢰가 있는 사람이라면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맞는 죽음을 굳이 피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도 하나님과 아버지 아브라함을 사랑하고 신뢰했기 때문에 자신을 번제로 드리려는 아브라함에 대하여 조금도 원망하거나 반항하지 않았습니다. 또 아브라함이나 입다의 입장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자녀를 번제로 드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신들이 대신 불 속으로 뛰어들기가 더 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나 가장 사랑하는 자녀보다도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사랑을 더 귀하게 여겼기 때문에 모두 내어 드릴 수 있었던 것이지요.
만일 입다의 딸이 순종하지 않으려고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입다의 곧은 성품으로 보아 딸을 강제로라도 번제로 드려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켰을 것입니다. 만일 그랬다면 입다의 딸은 감동을 주는 인물이기보다는 불순종한 사람으로 성경에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입다의 딸은 "아버지가 약속한 것이고 내가 약속한 것도 아닌데"라는 한 마디 원망도 없이 하나님께 대한 아버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해 드렸기에 성경에 기록되어 후세에 이르기까지 칭송받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 올바른 서원과 이행의 중요성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우선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서원을 할 때 급하다고 말을 함부로 내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잠언 18:21에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 말씀하신 것처럼 서원이 아니더라도 함부로 말을 내는 일이 없어야 하고 하나님께 약속했다면 크든 작든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성경에도 약속이나 서원의 이행에 대해 강조하여 말씀하고 있습니다. 신명기 23:21을 보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 서원하거든 갚기를 더디하지 말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반드시 그것을 네게 요구하시리니 더디면 네게 죄라" 말씀하시며 서원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고 계십니다.
민수기 30:2을 보면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하였거나 마음을 제어하기로 서약하였거든 파약하지 말고 그 입에서 나온 대로 다 행할 것이니라" 했고, 시편 15:4에도 그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치 말고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입다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도 번제로 즉 짐승처럼 잡아 살은 살대로, 뼈는 뼈대로 가른 후 불에 태워 하나님께 제사를 올려 드렸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입다의 중심을 아셨기에 그의 서원을 들으시고 응답해 주셨습니다. 그러니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약속을 지키는 중심이 중요한 것이며 이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음의 형제나 믿지 않는 세상 사람과의 약속, 혹은 자기 자신에게 마음으로 한 약속까지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마음에 거짓과 간사함이 없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누구와 약속한 것이든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진실한 마음 중심을 이룰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으며 하나님께도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4. 약속 이행에 따르는 축복
하나님 앞에 서원한 것을 그대로 지켜 행할 때 행한 대로 갚아 주시는 하나님께서는 놀라운 축복으로 갚아 주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설령 서원한 것이 지키기 어렵더라도 마음에 결심하고 신속히 지키는 사람은 반드시 축복을 받는 것이지요.
그런데 하나님 앞에 서원한 것을 더디 행하면 그만큼 축복도 더딘 것을 보게 됩니다. 그나마 서원해 놓고도 지키지 않는다면 하나님과 담이 되어 기도한다 할지라도 하나님 앞에 상달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혹자는 "아예 서원이나 약속을 하지 않는 편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하고 질문할 수도 있는데 과연 그럴까요? 고린도후서 9:6에 "이것이 곧 적게 심는 자는 적게 거두고 많이 심는 자는 많이 거둔다 하는 말이로다" 말씀한 대로 믿음이 없어 아무것도 심지 않으면 거둘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믿음으로 정성껏 심으면 하나님께서는 30배, 60배, 100배로 넘치도록 거두게 하십니다. 그러니 믿음으로, 기도로, 봉사로, 물질로 심는 사람들은 놀라운 축복을 받아 마음껏 영광돌리는 복된 삶을 영위하게 됩니다. 어떤 상황에도 핑계 대지 않고 서원과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마음 중심이 되면 하나님께서도 반드시 신실하게 응답해 주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약속의 말씀 중 가장 대표적인 말씀이 신명기 28장에 기록되어 있는데, 곧 하나님의 말씀을 삼가 듣고 명하는 그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는 사람에게는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시며 들어와도 나가도 복을 받고 꾸어 줄지언정 꾸지 않으며 머리가 되는 축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반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지 않아 그 모든 명령과 규례를 지켜 행하지 않으면 모든 저주가 임한다 하여 사람이 어떻게 하면 축복을 누리고 저주는 왜 임하는지 밝히 알려 주고 계시지요.
요한삼서 2절에는 영혼이 잘됨같이 범사가 잘되고 강건하게 된다고 말씀하고 있고 예레미야 33:3에는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약속하고 계십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약속을 지키실 뿐만 아니라(민 23:19), 더욱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부어 주시는 좋으신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온전하심과 같이 마음에 있는 바, 결심한 바, 서원한 바를 반드시 지켜 행함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을 받으며 마음껏 하나님께 영광돌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200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