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모세가 죄악의 낙을 누리는 것보다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받는 길을 택했던 것과 광야에서 연단을 받을 때 오직 감사로 받았던 선의 분야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모세가 출애굽의 지도자로서 과연 어떠한 선 가운데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해 나아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온유함이 승하였던 모세의 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온유함'이란 부드럽고 온화한 마음에 겸하여 덕(德)이 있는 것입니다. 마치 무더운 여름에 아름드리 큰 나무가 많은 사람들에게 쉴 만한 그늘을 제공하듯이, 온유함이란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깃들여 쉴 수 있는 마음이며 또한 솜털같이 부드럽고 포근한 마음이지요.
이처럼 온유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와도 걸리지 않고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할 수 있습니다. 자기 생각과 교양에 맞지 않는 사람도 능히 품어줄 수 있으며 매사에 모든 것을 악으로 판단하거나 정죄하지 않습니다. 항상 상대를 감싸주고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해 주며 겸손한 마음으로 상대를 섬겨줍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이 불편함을 주지도 않으며 아무리 믿음이 연약하고 악을 발하는 사람이라 해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변화될 것을 기다려 줍니다. 상대가 더 잘할 수 있는 길을 알아서 그러한 길로 이끌어 주고 도와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적인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였던 모세는 장정만 해도 60만 명에 이르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시키고 그들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는 40년의 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운 상황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와 함께하시므로 나타내 주신 수많은 기사와 표적을 보면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갖가지 원망과 불평을 했던 것입니다.
모세의 믿음과 순종으로 홍해를 마른 땅과 같이 통과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겨우 사흘 동안 광야 길을 행하고 나서 마실 물이 없다며 모세를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모세는 믿음 없는 백성들을 용납하며 하나님께 부르짖어 기도함으로써 마라의 쓴물이 단물이 되는 이적을 나타냈습니다. 마라에서 물을 마신 백성들은 얼마 지나지 않자 이번에는 먹을 양식이 없다는 이유로 모세를 원망했고(출 16:3) 모세는 다시 하나님께 기도하여 만나와 메추라기로 그들을 먹였습니다. 그런데 만나가 내리기 시작했던 신 광야를 떠나 르비딤이란 곳으로 옮겨 장막을 쳤을 때 백성들은 다시 마실 물이 없자 "당신이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어서 우리와 우리 자녀와 우리 생축으로 목말라 죽게 하느냐" 하며 모세에게 돌질을 할 기세로 달려들었습니다.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 백성들이지만 모세는 다시 하나님께 부르짖어 기도하여 지팡이로 반석을 쳐서 물이 나오게 했습니다.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은 조금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불평하고 원망하며 '하나님이 우리 중에 계신가' 의심했습니다. 그럼에도 모세는 어찌하든 백성들의 원을 들어 주기 위해 하나님 앞에 나아가 부르짖었고 하나님께로부터 응답을 받아 내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 크게 범죄하여 진멸 당할 상황에 처한 일이 있었습니다. 모세가 하나님과 교통하기 위해 조금 오랜 날을 산에 올라 있을 때, 백성들은 금세 마음이 방자해져서 금송아지를 만들어 숭배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심히 진노하시며 "이 백성을 보니 목이 곧은 백성이로다 그런즉 나대로 하게 하라 내가 그들에게 진노하여 그들을 진멸하고 너로 큰 나라가 되게 하리라" 하셨습니다.
이때 모세는 하나님께 주의 맹렬한 노를 그치시고 뜻을 돌이키사 주의 백성에게 그 화를 내리지 마시기를 간곡히 구했습니다(출 32:11-13). 이에 하나님께서도 뜻을 돌이키사 화를 내리지 않으셨지요. 모세가 막상 산에서 내려와서 백성들이 행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하나님 앞에 크게 범죄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하나님 앞에 나아가 "슬프도소이다 이 백성이 자기들을 위하여 금신을 만들었사오니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그러나 합의하시면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않사오면 원컨대 주의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버려 주옵소서"(출 32:31-32)라고 기도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 너무나 큰 죄를 범하였지만 그들이 멸망당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기에 모세는 자기 생명을 담보로 해서라도 하나님 앞에 그들의 구원을 구했지요. 그들은 모세의 말에 순종하지도 않았고 틈만 나면 불평하고 원망하던 백성들이었지만 모세는 자기 생명을 담보로 하여 구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원수를 위해 생명도 줄 수 있는 최고의 선으로 백성들을 온전히 품고 가려 했기에 하나님께서도 모세의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다고 인정하셨습니다.
2. 온 집에 충성한 모세의 선
'충성'이란 주어진 사명을 온전히 감당함은 물론이요, 맡겨진 직무 이상을 넉넉히 감당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온 집에 충성'이란 자기가 속한 모든 분야에서 충성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온 집에 충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과 정성, 시간과 물질까지도 아끼지 않고 기꺼이 희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히브리서 3:5을 보면 "또한 모세는 장래에 말할 것을 증거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온 집에서 사환으로 충성하였고" 했습니다. 사환이란 잔심부름을 위해 고용된 일꾼을 의미하는 말이므로 모세가 얼마나 자신을 낮추어 맡겨진 사명을 온전히 감당했는지를 알 수 있지요. 모세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시켜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듣고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어려움이 오면 모세를 원망하고 대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하나님께서 약속으로 주신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여 들여야 했던 것입니다.
백성의 지도자가 되면 그만큼 지고 가야 할 짐이 많고 때로는 그 짐이 심중에 큰 부담으로 와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모세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사명을 포기하지 않았고 어떠한 어려움이 와도 하나님을 믿음으로 난관을 뚫어 나갔습니다. 백성들에 대해서도 아비와 같은 마음으로 마음에 품고 그들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백성들이 되게 하고자 고심했습니다.
그런데 백성들은 너무도 믿음이 부족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모세는 늘 백성들로 인해 애통하며 기도했습니다. 마음에 백성들로 인한 애통과 번민, 염려로 애굽에서 백성들을 이끌어 낸 날부터 하나님께 부름 받는 날까지 단 한 순간도 편히 지낸 적이 없었습니다. 모세가 백성들로 인해 흘린 눈물과 백성들을 위해 절규하며 올렸던 애통의 기도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모세가 늘 간절히 기도했던 내용은 바로 이 백성들을 저버리지 마시고 하나님의 뜻 가운데 인도해 주시라는 것이었지요. 이러한 마음 중심을 가졌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도 모세를 믿고 신뢰하심으로 많은 교통을 이루셨고 또 큰 권능의 역사들이 나타나게 해 주셨습니다.
모세는 금식하며 기도하되 모든 힘을 다해 짜내기까지 처절하게 노력하여 모세 오경을 받아 내렸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것을 풀어 받았고 하나님과 많은 교통을 이루었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은 것은 결코 입으로 내지 않고 철저히 지켰습니다. 바로 이러한 중심이었기에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친구와 이야기 하듯이 모세와 깊은 교통을 이루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모세는 하나님 앞에 충성하였으되 당당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선 것이 아닙니다. 출애굽 1세대 중 가나안 땅에 들어간 사람이 단 2명에 불과했고, 정작 가나안 땅을 정복하여 들어간 사람들은 출애굽 2세대였지요. 출애굽 2세대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도 모세가 믿음으로 백성을 잘 인도한 결과이지만 모세는 항상 하나님 앞에 열매가 적은 것을 민망히 여겼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많은 권능들을 주셨고 많은 것을 보장해 주셨는데, 더 온전히 많은 열매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민망한 마음인 것이지요. 모세는 바로 명령받는 것을 다 행한 후에도 "우리의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고백하는 무익한 종의 마음보다 더 겸비한 마음을 지녔습니다.
여러분은 혹 '내게 맡겨진 사명이 무겁고 너무도 힘이 든다. 사명을 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으신지요? 그렇다면 백성들을 출애굽시키면서부터 하나님께 부름 받을 때까지 백성들로 인해 한시도 마음 편히 눕지 못했던 모세의 마음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온 집에 충성하고도 열매가 적은 것을 민망히 여기는 모세의 마음을 떠올려 보며 더욱 뜨겁게 달려가야 할 것입니다.
예레미야 17:7-8에 "무릇 여호와를 의지하며 여호와를 의뢰하는 그 사람은 복을 받을 것이라 그는 물가에 심기운 나무가 그 뿌리를 강변에 뻗치고 더위가 올지라도 두려워 아니하며 그 잎이 청청하며 가무는 해에도 걱정이 없고 결실이 그치지 아니함 같으리라" 말씀하셨으니 모세의 선을 닮은 거목(巨木)으로 자라나 하나님의 나라에 귀히 쓰임 받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2006-03-24